일상적 놀이와 달리 치료적 놀이는 교향곡이 전개되는 것과 흡사한 일련의 심리적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놀이치료 초기에는 아동이 치료자와의 친화관계를 구축하며 새로운 행복감에 젖어 그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속 깊은 갈등을 조금씩, 조금씩 겉으로 드러냅니다. 그러다가 치료자에 대한 신뢰와 치료 장면에 대한 안전감이 확대되면 불안과 공포, 적개심 등 복잡하고 격렬한 감정들이 용솟음치듯 자유롭게 표현됩니다.

때로는 공상의 세계로 후퇴하기도 하고 아기시절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후퇴는 오히려 치료상황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더 많이 전진하기 위한 일시적 퇴행이기 때문에 염려할 바가 못됩니다. 거침없이 표현되는 부정적 감정들이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남김없이 정화되면 자신의 삶을 새롭고, 밝고,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놀이치료는 어린이 자신이 종료의 신호를 표현할 때까지 치료자와 부모가 모두 인내해야 하는 신중한 과정입니다. 만일 어린이 자신이 종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마음상태에서 종료를 하게 되면 애착 대상에 대한 상실경험이 추가되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더 크게 남길 우려가 있습니다.

어린이 자신의 종료신호에 따라 놀이치료가 종결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심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 가운데 어느 한 시점에서 아름다운 열매 맺기에 성공했다는 성취의 의미도 있고, 새로운 인생에의 도전과 도약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성숙의 의미도 있습니다.

놀이치료가 진행되다 보면 가족과 치료자의 인내를 요구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 어려움을 나타내 보이는 양상은 어린이마다 각기 다릅니다. 그러면서도 몇 가지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점들입니다.

1. 공격적인 행동, 얄미운 행동들이 나타난다.

치료자와의 신뢰와 결속으로부터 획득한 인간관계에서의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그 동안 억압해 왔던 여러 가지 공격적 감정들을 남김없이 걸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2. 어리광이 늘어난다.

생애 초기에 해결 못했던 어리광의 한 풀이 행동입니다. 때때거리며 어리광 배인 말투를 쓰고, 엄마를 안 떨어지려 하고 먹을 것을 끊임없이 사 달래고, 엄마 품에 자주 안기려 하고, 엄마와의 피부 접촉을 즐기고, 뽀뽀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스틱 사탕을 물기 좋아하는 등의 많은 퇴행이 나타납니다. 세 살 때의 갈등이 문제의 출발이면 세 살짜리 행동으로 퇴행하고, 한 살 때의 갈등이 문제의 출발이면 한 살짜리 행동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3. 아주 파괴적으로 자신을 망가뜨려 본다.

곧잘 꾸려가던 일상 생활까지도 모두 흩어버리는 행동입니다. 정돈 잘하던 어린이가 정돈도 안하고, 숙제 잘해가던 어린이가 숙제도 안하고, 글씨체도 시험성적도 엉망이 되고, 존댓말도 사라지고--등등 많은 행동들이 망가질 때까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은 집을 새로 고치기 위해 잘못 세워진 기둥과 벽을 모두 해체하는 것과 같은 이치여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행동입니다.

4. 가족을 자주 시험한다.

자신의 미운 행동을 가족이 어디까지 용서해 주는지, 언제까지 참아주는지, 자신을 얼마나 진실로 믿어주는지, 자신에 대한 가족의 신뢰와 사랑이 말뿐인지 아닌지--등을 끊임없이 시험합니다. 가족에 대한 이런 시험이 끝나면 스스로 건전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5. 치료자와 실랑이를 벌인다.

치료자와의 안전한 관계에서 어린이는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기의 주장을 펴기 위해 치료자와 대치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가족을 대신하여 치료자에게 반항하기도 하고, 치료자를 경멸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들이 나타나더라도 가족의 입장에서는 전혀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치료자가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됩니다. 비가 온 뒤의 땅이 굳어지는 것처럼 치료자와 어린이와의 실랑이가 끝나면 놀이치료는 한결 더 진전을 보입니다. 어쩌다 어린이가 쑥스러워 놀이치료 중단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로 중단하지 말고 극복해야 합니다.